서울시 버스 12년만 파업.. 노조 "시급 12.7% 인상" vs 사측 "과도한 요구"
파업 사실 출근 직전 오전 6시 문자로 통보.. "택시도 안 잡힌다"
노사 임금 합의.. 오후 3시부로 정상 운행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28일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오늘 오전 4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총선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시 버스 파업은 12년만이다. 갑작스런 파업 통보에 대비하지 못한 시민들의 출근길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서울시는 긴급 교통대책을 마련하고 임금 인상안 합의를 이끌어내 이날 오후 3시 부로 파업은 중단됐다.

노조 "시급 12.7% 인상" 사측 "과도한 요구".. 노조 98.3% 파업 찬성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전날 11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오늘 오전 4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앞서 노조는 26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 참여자 대비 찬성률 98.3%로 파업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서울시 버스노사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중앙노사교섭을 7차례, 사전 조정회의를 2차례 진행해 임금교섭을 진행해왔다.

서울시 버스노조는 그간 △인천 등 인근 시내버스 준공영제 지역보다 뒤처진 임금 수준의 개선 △호봉제도 개선 △정년 이후 촉탁 계약직에 대한 임금 차별 폐지 등을 요구해왔다.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이다. 노조는 12.7%의 시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물가인상분을 반영하고, 인천·경기지역으로 인력 유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탈을 막기 위해 시급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최근 5년간의 물가상승률 및 임금인상률과 비교하면 과도한 요구라고 맞서고 있다.

버스조합은 26일 "노조 측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면 연간 1천841억∼1천923억원이 추가로 발생한다"며 "막대한 비용 증가는 결국 시민들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전체 서울 시내버스(7천382대)의 97.6%에 해당하는 7천210대가 운행을 멈춘 상태다.

서울시는 노사 양측의 실무자 간 물밑 접촉을 이어가면서 임금 인상안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한 노사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가용 가능한 모든 교통수단을 동원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6기경 전송된 안내문자 [사진=연합뉴스]
6기경 전송된 안내문자 [사진=연합뉴스]

파업 사실 출근 직전 오전 6시 문자로 통보.. "택시도 안 잡힌다"

서울버스노조의 파업은 지난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에는 20분간 부분 파업이 진행됐으나 이번에는 출근길에 파업이 이뤄지면서 시민들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파업 사실은 이날 오전 6시경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전달됐다.

문자에는 "시내버스 파업으로 통근, 통학의 불편이 예상됩니다. 도시철도, 무료 셔틀버스,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출근길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리고 25개 자치구에서는 운행이 중단된 시내버스 노선 중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하철역까지 이동이 연계될 수 있도록 119개 노선에 480대가 투입됐다.

하지만, 출근 직전 문자를 받은 시민들의 혼잡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출근길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경기버스나 지하철이 편한 이들은 큰 타격이 없지만 지하철역이 멀거나 버스를 타는 이들은 불편을 토로했다.

"열 정거장을 걸어서 출근했다" "택시도 안 잡힌다" "마을버스에 평소보다 사람이 2배 이상 많다" 등의 글이 이어졌으며 "전날까지도 버스 안에 (파업 관련) 안내 표지를 하나도 못 봤다"며 갑작스러운 파업에 불만이 쏟아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사가 협상을 조속히 타결해달라고 당부했다.

오 시장은 "시민의 발인 서울 시내버스는 말 그대로 많은 분의 생업과 일상이 달려있다"며 "시민의 일상을 볼모로 공공성을 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디 노사 간 양보와 적극적인 협상으로 대중교통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한 타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출근길 시민들이 몰린 지하철 [사진=연합뉴스]
출근길 시민들이 몰린 지하철 [사진=연합뉴스]

한편, 서울시는 노조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비상수송대책 가동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먼저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 혼잡시간과 심야운행 시간이 1시간씩 연장된다.

열차가 추가로 투입되는 지하철 혼잡시간은 출근시간대는 오전 7시부터 10시, 퇴근시간대는 오후 6시부터 9시로 조정된다. 막차시간도 새벽 2시까지 연장되면 지하철은 모두 202회 증편해 운행될 예정이다.

또 열차지연이나 혼잡이 발생할 경우 투입할 수 있는 비상대기 전동차도 14편성 준비하고, 잠실역과 사당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서울역, 강남역 등 혼잡도가 높은 주요 역사 17곳에는 질서유지 인력도 투입된다.

또 지하철 연계를 위한 무료 셔틀버스는 모두 119개 노선 480대가 투입돼 하루 4959차례 운행하게 된다. 무료서틀버스 또한 혼잡시간에 집중 투입해, 등하교와 출퇴근을 지원하게 된다.

시는 승용차 함께타기와 따릉이 이용에 대한 시민 안내를 추진하는 한편, 다산콜재단과 교통정보센터 토피스, 정류소 버스정보안내단말기 등을 통해 실시간 교통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퇴근 시간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더욱 극심한 혼란이 예상됐으나 다행히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협상 합의 및 파업 철회에 따라 28일 오후 3시부로 시내버스 전 노선은 정상 운행된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노사 양측간 합의를 대구, 부산 지역과 동일 수준인 4.48%로 협상했다"며 "명절 등 특수상황을 고려해 명절수당 65만원을 포함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실장은 "대중교통 정상운행을 기다려주신 시민 여러분, 비상 수송대책 위해 협조해준 유관기관, 자치구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오늘 퇴근길부터는 시내버스 전 운행을 즉시 재개하고 대중교통 운행도 정상적으로 운행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통합방위 회의에서 "노사 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오늘 저녁 퇴근길에는 정상적으로 버스 운행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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