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손-유 연대' - 호충연대, DJ후보 孫 + 脫盧, TK 유시민

유시민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 실패’를 자인하고 민주신당에 참여함으로써,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페이스메이커’ 역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손학규-유시민 연대설'이 솔솔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 실패를 인정한다는 것은 곧 탈노(脫盧) 행보이며, 손학규 사당인 민주신당에 합류한다는 것은 ‘親孫-親DJ’ 행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이 대선출마 후, 이해찬 전 총리와의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향후 전개될 대선가도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이 받을 수 있는 충격과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쉽게 예측 가능한 인물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해찬 전 총리나 한명숙 전 총리와의 연대보다는 손학규 전 지사와의 연대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 전 장관이 손학규 전 지사와 본격적으로 손을 잡는다면, 신당에 합류하지 않은 김혁규 전 경남지사(PK)를 대신해 대표적 영남후보(TK)로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과 충청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남 지분이 약한 손 전 지사에게는 훌륭한 보완자적 역할을 하며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스스로“우승의 야망을 품은 페이스메이커”로 표현했듯, 대선가도에서 손 전 지사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게 된다면 스스로가 전면에 나설 가능도 높아 보인다.

유시민 脫盧 행보, 친노주자 反孫연대에 부정적

유 전 장관은 지난 18일 공식 대선출마 선언 현장에서, 또 이에 앞선 14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줄곧 ‘후보단일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후보단일화가 反孫연대를 위한 친노후보단일화가 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유 전 장관은 “정책과 비전으로 단일화를 이뤄야한다”며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反孫연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유 전 장관이 손 전 지사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표하는 것 같으면서도 타 후보들처럼 ‘검증’을 이유로 집중 난타전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되짚어볼만 하다.

지난 9일 유 전 장관은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학규 때리기’에 대해 “들어와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들어오니까 범여권이 아니라고 공격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손 전 지사를 옹호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범여권에 反孫연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발언이다.

14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한 당의 경선에서는 정책 이외의 요소에 대한 싸움은 제한된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경쟁 후보의 경력 등에 대한 싸움은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지 무제한적인 네거티브로 가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손 전 지사를 보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범여권 제 후보들이 손 전 지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한나라당 탈당 경력을 꼽고 있는 데 대해 분명한 질타성 발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유시민 대선출마하며 지지자 반발 사전 차단...
손학규 페이스메이커 가능성 염두에 두고 있는 듯

이처럼 손 전 지사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유 전 장관은 더 이상 친노 주자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기자간담회 당시 유 전 장관은 자신의 대선출마와 관련해 “친노후보로 나서는 것이 아니며, 이제 창업하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脫盧 행보를 선언했다. 손 전 지사가 범여권 내 反盧 후보임을 감안하면, 유 전 장관은 분명 親盧 입장보다 脫盧 입장에서 손 전 지사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유 전 장관은 “유사한 정책노선을 가진 후보 사이에 제휴와 연합이 필요하다”면서도 “후보단일화 논의인데, 친노후보 단일화라는 이름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더 이상 친노그룹으로 묶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유사한 정책노선을 가진 후보 사이에 제휴와 연합이 필요하다’는 발언이 손 전 지사와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제가 후보가 되면 다른 분들의 정책 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한다”고 말해, 거리두기로 해석하는 데 큰 부담이 따른다.

특히, 여느 후보의 지지자들보다 결속력이나 충성도가 강한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온국민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낙선한 정당의 정책공약 중에도 받아야할 부분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고 사전 양해를 구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 같은 약속이 선행돼야만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것으로, 유 전 장관은 “우리가 뛰어서 당선시켰더니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하냐는 원망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약속이 선행돼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자신 뿐 아니라, 최종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누구라도 경쟁했던 후보들의 정책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필연적으로 상대를 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 전 장관이 이 같은 다짐을 사전에 받고자 함은 대통령에 당선 됐을 때 국정운영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한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손학규 전 지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대선 출마를 함에 있어서 굳이 이 같은 양해를 구한다는 것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자신과 지지층이 겹치는 이해찬 전 총리와의 단일화가 아닌, 손학규 전 지사와의 단일화 전략을 펼쳤을 때 예상되는 지지세력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함으로 분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유시민 전 장관 캠프의 허동준 특보는 <폴리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孫-柳 연대 가능성에 대해 “손학규 전 지사와 연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출마한 것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에 의해 후보로 뽑힌 사람에 대해서는 모두 힘을 모아줘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것이 손학규 전 지사가 됐든 누가 됐든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지사가 범여권 지지율 1위로 고착화되고 있어, 유 전 장관이 손 전 지사에게 힘을 모아줄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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