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5명 후보, 토론-연설 스타일 5人5色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을 위한 5명 후보들의 토론회와 합동연설회가 진행되면서, 후보별 연설 스타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명 후보들은 모두 토론회나 연설회에서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평소 캠프 차원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선거전략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전략적 차원에서 토론회와 연설회는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했던 것부터 11일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열린 토론회와 2차례의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은 각자 자기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동안 공개적인 연설이나 토론회 참석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후보들은 아직까지 자기 페이스를 찾지 못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폴리뉴스>는 이들 5명 후보에 대한 연설 스타일과 간략한 장단점에 대해 네티즌 반응을 참고하면서 나름대로 분석해봤다. 앞으로 남은 토론회와 연설회에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 어떻게 극복되어지는지, 장점은 어떻게 더욱 부각시키는지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송곳 시민, 파고드는 날카로움...토론판 장악은 부정적

유시민 후보의 토론-연설 스타일은 송곳처럼 뾰족하고, 직설적이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송곳시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까칠함에 대해서는 유시민 후보도 이해찬 후보 못지않다. 특히, 토론에 나서는 유시민 후보의 눈빛은 마치 전장에 나서는 장수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유 후보의 버릇 중 하나는 안경 위로 상대를 쳐다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버릇 또한 송곳같이 강렬한 인상을 풍기기에 충분하다. 쏘아보는 눈빛과 거침없는 독설. 유시민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와도 다르지 않은 것들이다.

유 후보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각에 들어가면서 또, 그 이후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예전의 까칠함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바 있다. '둥글게'를 강조했던 유 후보는 신기하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행동 또한 그렇게 변했다.

그러나 토론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 후보에게 잠들어 있던 본능은 깨어나기 시작했다. 화려한 말솜씨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 후보에게 말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말 잘하기로 소문난 정동영 후보마저 생방송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유시민 후보에게 누가 말로 당할 수 있겠냐"며 백기를 들었던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유 후보는 다른 후보들로부터 먼저 공격을 받는 일이 거의 없다.

상대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고, 화려한 비유를 동원하면서 자의적 해석에 따른 비난을 퍼부어도 이렇다할만한 반격이 이어지지 않는다. 즉, 유 후보가 시빗거리는 제공할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생산적 토론의 주체가 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토론에 흥미를 제공하는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는 일각의 평가처럼 유 후보는 흥미제공의 역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또, 논리 전개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경우가 있다. 듣는이로 하여금 마치 자신의 주장이 진리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어법과 논리 전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새만금에 골프장 100개를 만들자는 주장이 분명 최선이 아닐 수 있음에도 유 후보는 "제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현실적 조건을 수용하고 그 조건 위에서 원래 하려했던 더 높은 이상을 향해 가려는 것"이라며 "젊은 정치인의 이상을 그런 각도에서 이해해달라, 나름의 고뇌가 있었다"고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우기도 했다.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는 유 후보의 능력이다. 사실상 토론회나 연설회의 가장 큰 수혜자를 꼽는다면 유시민 후보가 빠질 수 없는 이유이다.

[한명숙]명품 명숙, 부드러운 카리스마...'명품' 강조에 대중적 거부감

한명숙 후보는 토론-연설 중간중간에 '명품'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이 때문에 한 후보는 '명품명숙'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명숙 후보는 총리 재직 시절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바 있지만, 대선후보 예비경선 및 본경선 토론회 등을 통해서는 이 같은 약점을 많이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 후보는 '맏언니', '어머니' 등의 이미지를 내세워, 카리스마를 보완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고 있다. 좀처럼 흥분해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도 없으며, 상대에 대한 공격을 할 때도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접근해 부드러움 속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 후보는 여전히 토론회나 연설회에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돌발 질문이나 당혹스러운 질문을 받았을 때는 생각과 다른 답변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7일 MBC 100분 토론에서 나타난 '대리모' 발언이다.

사전에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던 일반 시민의 '대리모'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한 후보는 "대리모에 대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리모제도는 법제화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도, 엄마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고 답변했던 것.

'대리모'와 '위탁모'를 착각해 답변한 것으로, 여성부장관까지 지냈던 한 후보가 '대리모'와 '위탁모'의 차이점을 몰랐을 리 없다. 결국, 이 같은 한 후보의 '대리모' 발언 해프닝은 돌발 질문에 대한 임기응변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후보는 이 같은 긴장감과 임기응변 능력 등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평동 소재의 한 스튜디오를 빌려 실전에 대비한 연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나 연설회에서 한 후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이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너무 빈번한 '명품'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일각으로부터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이 있다.

9일 제주 합동연설회 자리에서는 "19세기 홍콩, 20세기 싱가폴을 넘어서 제주를 아시아의 보석, 세계의 명품으로 만들어보자", "한명숙이 현장 감독이 돼, 제주 명품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 "제주의 청정 농산물을 프랑스의 와인이나 네덜란드의 치즈가 부럽지 않은 세계의 명품 브랜들 만들어 보겠다", "저는 이미 명품 영어전용타운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등 '명품' 관련 발언만 모두 4차례를 했다.

한 후보의 이 같은 명품 발언은 제주 연설회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에 앞서서도 지난 7월 9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세계적 명품도시를 구상해야 할 때"라며 '명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강조했던 바 있고, 지난달 19일 전주를 찾았을 때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새만금을 국제적 명품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명품' 발언을 이어왔던 바 있다.

한 후보가 줄기차게 내세우는 '명품'론은 양극화나 사회적 차별성 발언은 분명 아니다. 그만큼 지역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인데, '명품'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시대상과 맞물려 일각에서 거부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손학규]아슬아슬 학규, 신사적 이미지...후보 중 가장 약한 언변

손학규 후보의 토론-연설을 듣고 있으면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느낌을 들게한다. 잦은 실수와 돌발적 질문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부족한 탓이다. 이 때문에 손 후보에게는 '아슬아슬'하다는 표현이 제격이다.

유시민 후보와는 반대로 '아슬학규' 손학규 후보는 토론회를 통해 가장 많은 약점을 드러낸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후보들의 전방위 공세에도 비교적 웃음을 잃지 않으며 신사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지켜보고 있기에 불안불안한 느낌을 들게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말을 더듬는 경우도 종종 있고, 지나치게 반복해서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또, 연설에서는 듣는이로 하여금 명확하게 무엇인가를 손에 쥘 수 있게 하는 주제 응집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이 때문에 연설이 지루하다는 느낌을 전달할 때도 있다. 또, 손 후보는 토론 스타일만 놓고 본다면 독특한 자신만의 캐릭터가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한명숙 후보는 포용력, 이해찬 후보는 꼼꼼함, 유시민 후보는 달변, 정동영 후보는 흡인력 등 후보마다 한 가지씩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손 후보만은 내세울만한 특징적 요소가 없다.

손 후보는 신사다운 모습과 웃음 포인트를 강조하다보니, 전투력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모든 후보들의 전방위 공격이 펼쳐지고 있어도 손 후보는 여유를 잃지 않는다.

이해찬 후보가 자신의 정체성을 문제 삼자, "대통합신당에 누가 먼저 참여 했느냐, 이해찬 후보께서는 나중에 오셨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와 함께 나긋나긋한 어조를 사용해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손 후보에게서 날카로운 반박이나 야무진 반박은 어지간해서 보여지지 않는다.

손 후보에 대해서는 또, 과거 지향적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작지 않다. 줄곧 자신의 강점을 설명하면서 손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의 치적만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열정 동영, 폭발적 웅변 실력 으뜸...서민적 이미지 보강 중

토론-연설에서 가장 열정적인 스타일은 단연 정동영 후보다. 웅변실력만 놓고 본다면 그는 이미 대통령감이다. 토론-연설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언제나 열정적이다. '열정동영'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도 달변가 중에 달변가로 유명하다. 유시민 후보에게 백기를 들기는 했지만, 정동영 후보의 언변은 유 후보와 다른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유 후보가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의 언변을 구사한다면, 정 후보는 불처럼 강렬한 느낌의 언변을 구사한다. 그의 연설은 차분하게 시작하지만, 정점에 달해서는 피를 토할 듯 폭발적인 모습을 보인다.

뉴스 앵커 출신답게 말을 잘한다는 것이 정 후보에 대한 전반적 평가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나 논리력도 비교적 명쾌한 편이어서, 대중을 흡인하는 능력만큼은 가장 으뜸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 후보의 장점은 또,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너무 언변이 좋다보니, 인간적인 느낌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말 잘하고, 외모도 깔끔한 탓에 정 후보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는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한다. 인간적인 느낌이 부족한 점, 도시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점, 실용적 정책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점 등 정 후보를 둘러싼 이미지는 다소 이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 후보는 지난 9일 제주 합동연설회에서부터는 자신이 젊었을 적 고생했던 이야기들을 틈틈이 풀어 놓고 있다. 연설회에서 정 후보는 "가끔 정동영은 고생 안 하고 자란 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다"면서 "젊은 시절, 시골에서 홀어머니와 어린 동생들과 함께 상경해 평화시장에서 옷장사 하면서 먹고 살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정 후보는 자신의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업적을 강조하면서 자칭 '개성동영'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해찬]버럭 해찬-구글 해찬, 꼼꼼한 자료 압권...지워지지 않는 까칠함

이해찬 후보는 최근 토론회를 통해 '구글해찬'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을 이름 앞에 붙여 만든 것으로, 구글은 인터넷 상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사이트 중 하나다.

별명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이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꼼꼼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토론에 나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 후보는 스스로 “나는 수첩공주가 아닌 수첩왕자”라고 별명을 붙일 정도로 꼼꼼하다.

그러나 이 후보에게는 이 같은 '구글해찬'이라는 별명이 붙기 전까지 '버럭해찬'이라는 또 다른 별명이 있었다. 총리 시절, 국무위원들에게 또는 기자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던 날카롭고 까칠한 성격 탓에 붙은 별명이다.

이 후보는 얼마 전 한 월간지와의 100문 100답에서 스스로 자신의 가장 큰 단점으로 "버럭 화내기"를 꼽기도 했다. 자신의 이 같은 까칠함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토론회에서는 비교적 이 같은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되도록 많이 웃는 얼굴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상대 후보와 맞설 때나, 진지한 연설에 들어가면 표정에서부터 예의 '버럭해찬' 모습은 다시 살아난다.

웃는 얼굴과 까칠한 얼굴 사이에서 아직까지는 조절이 쉽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연설 중에 던지는 농담이 때로는 어색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까칠함이 꼭 부정적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 후보에 대해 다른 후보들은 자료나 통계수치로 걸려들면 에누리 없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그만큼 폭넓은 지식과 정확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까칠한 이미지는 있어도 국정을 가장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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