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경선 때는 각을 세우고 본선 때도 각을 세울 것이냐"며 손 후보에 쓴 소리를 퍼부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진노한 이유는 전날(10일) 손학규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현직 권력층, 고위 인사들에 의해 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는 협박과 회유가 자행되는 것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와 전면 각을 세우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비난에 손학규 후보측은 곧바로 맞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우상호 대변인) 똑같이 직격탄을 날린 것은 아니지만, 강한 불만과 함께 방어진을 치고 나선 것.

특히, 손 후보측은 노 대통령이 선거전략 차원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고 인식하는 데 대해 더욱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노 대통령은 노심의 향배에 대해 "바람직한 신당 후보에 대해 (직접 거론하는 것은)선거법 시비가 걸리기 때문에 시비스런 얘기는 안 하려고 한다"며,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盧, "손 후보는 대통령과 각 세우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

노 대통령은 손학규 후보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나선 데 대해 "대체로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 특히 차기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저와 참여정부를 공격하는 것을 선거전략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옛날에 (대통령)후보 하겠다고 하다가 그만둔 사람', '열린우리당 지도자라는 사람' 등을 지목하면서 "선거전략으로 참여정부 공격하는 것을 채택했던 일이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의 이번 발언 또한 이들과 다르지 않은 이유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바람이 바뀔 때마다 차별화했다가 안하는 척했다가 차별화 태도를 바꿔가면서 오고 있다"며 "손 후보 하는 것을 보니까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손 후보의 이 같은 각 세우기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이 다음 선거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전임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름대로 마음은 썼겠지만, 결정적인 변수가 된 일이 없었다"고 강력 주장했다.

특히,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각 세우기 전략에 대해 "졸렬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선 때는 각을 세우고 본선 때도 각을 세울 것이냐, 필패의 전략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필패 전략'이라는 분석과 관련, "왜냐하면 한 묶음으로 생각하는 정치세력 일부를 배척하는 행위"라며 "제가 지지도가 낮지만 상당수 충성스런 사람들이 있다. 저의 정치적 신념이나 역정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자신과의 각 세우기는 곧 여권 분열 후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15대, 16대 대통령선거에서 표차이가 크지 않게 승리했었던 점을 언급하며, "살얼음판을 디디는 선거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저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 효과 있는 전략일지 모르지만, 통합신당 후보가 그렇게 하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 아닌 것 같다"고 손 후보의 자중을 촉구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대통합민주신당 내 특정 후보 지지와 관련해 "바람직한 신당 후보에 대해서는 선거법 시비가 걸리기 때문에 시비스런 얘기는 안하려고 한다"고 말해, 노심의 향배는 이미 정해져 있음을 시사했다.

어이없는 孫측, "우리가 선거전략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규정짓고 있다"

손학규 후보 캠프측은 11일 오전 <폴리뉴스> 기자와 만나 노 대통령의 반응에 따라서 협박을 받은 인사들의 실명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거론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우상호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손학규 후보측이 의도적으로 차별화 하는 것 아니냐,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우리측의 문제 제기가 선거전략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이 규정짓고 이 문제를 비판했다"고 노 대통령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역비판을 했다.

그러면서 우 대변인은 "손학규 후보는 노 대통령이 대통합국면에서 '보따리 장사', '범여권이 아니다'는 식으로 모멸감을 주는 표현을 써도 웃어넘겼었다"며 "그런데 얼마 전 한창 경선이 시작되고 있는 국면에 손학규 후보와 손 후보를 돕고 있는 정치인들을 비판해, 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해 경선 개입을 중단해달라고 얘기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경선 개입 중단 요구에도 청와대 고위급 인사들은 최근까지도 손 후보를 돕고 있는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와 '왜 손학규 후보를 돕고 있느냐'며 압박을 가했다는 것.

이와 관련, 우 대변인은 "차별화를 위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방어적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대변인은 또, "지금 국면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가 손학규 후보를 차별화하기 위해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본인이 때려놓고 왜 때리냐고 항의하니까 대드는 의도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