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음껏 이익 추구할 자유 있지만, 남의 몫 빼앗을 자유 갖고 있지 않다” 상생 강조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 더 크고 더 다양한 ‘일상의 민주주의’로 향해가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고(故)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씨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고(故)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씨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제33회 6.10항쟁을 맞아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두 날개로 날아오른다. 소수여도 존중받아야 하고, 소외된 곳을 끊임없이 돌아볼 때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한다”며 지속가능한 ‘일상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독재정권 시절 고문과 인권 탄압의 현장이던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잘 정비돼 우리 손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단체장을 뽑고,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많은 곳에서 행사하지만, 국민 모두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지 우리는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이웃이 함께 잘 살아야 내 가게도 잘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상생·지속가능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민주주의가 당연하다고 느낄 때일수록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더 많이 질문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제도를 넘어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가정과 직장에서의 민주주의야말로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다.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반복될 때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일상의 민주주의’를 얘기했다.

그러면서 “갈등과 합의는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이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처해있는 현실이 다르다”며 “우리는 갈등 속에서 상생의 방법을 찾고, 불편함 속에서 편함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다.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6·10민주항쟁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다. 3·1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민주공화국의 역사,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오랜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며 “우리 국민들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가야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끊임없이 발전해가기 때문”이라며 “정부도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나무가 광장에서 더 푸르러지도록 국민들께서도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고 김근태 민청련 의장과 고 박종철 열사가 고문당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기념식을 갖는데 대해 “죽음 같은 고통과 치욕적인 고문을 견뎌낸 민주인사들이 ‘독재와 폭력’의 공간을 ‘민주화 투쟁’의 공간으로 바꿔냈다”며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오늘 이곳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열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로 훈포장을 받는 고 이소선, 고 조영래, 고 지학순, 고 조철현(조비오 신부), 고 박정기, 고 성유보, 고 김진균, 고 박형규, 고 김찬국, 고 권종대, 고 황인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씨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이름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이며, 엄혹했던 독재시대 국민의 울타리가 되어주셨던 분들이다. 저는 거리와 광장에서 이분들과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스럽게 기억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오늘의 훈포장은 정부가 드리는 것이지만,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역사와 감사하는 국민의 마음을 대신할 뿐”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예우를 다해 독립, 호국, 민주유공자들을 모실 것이다. 애국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뜻이 후손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으로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7년 20주년 기념식의 노무현 대통령이 최초이고, 문 대통령은 2017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제30주년 기념식 이후 3년 만에 두 번째로 참석했다. 이번 기념식은 코로나19 때문에 민주화운동 단체대표,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유족, 4부 요인, 주요 정당 대표, 경찰청장 등 참석자 수를 70여 명으로 줄여 간소하게 진행됐다. 현직 경찰청장이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배우 권해효 씨와 임수민 아나운서 사회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의 기념식장 입장에 1981년 ‘전민노련’ 사건으로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돼 한 달간 고문을 당했고, 현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경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어느 돌멩이의 외침>의 저자 유동우 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장남수 회장,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조순덕 상임의장, 훈장 수여자인 고 김진균 님의 손자 김순명, 고 박형규 님의 손녀 유미래 님 등과 동반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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