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경선 파행으로, ‘DJ플랜=정+이’, 호충연대 깨지기 직전
양 당 경선 파행조짐의 공통점은 모두 불법 동원선거 논란에서부터 비롯된다. 신당에서는 정동영 후보, 민주당에서는 이인제 후보가 그 논란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호남의 정동영과 충청의 이인제를 내세워 제2의 호충연대를 구상해온 DJ플랜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두 후보 모두는 양 당의 초반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경선판이 깨지게 되면 이 같은 순위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각 당 내에서는 경선 판깨기 움직임으로, 신당에서는 反정동영 연대 구축이 가시화되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反이인제 연대가 구축되고 있다. 모두 호충연대 플랜과는 반하는 방향에서 경선판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신당의 손학규-이해찬 후보는 경선 일정 중단을 요구하며, 정동영 후보의 불법 선거 논란에 대해 사법당국의 수사까지 의뢰한 상태다. 민주당도 이인제 후보의 불법 선거 논란에 강력 반발, 조순형-신국환-장상 후보가 모든 선거활동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DJ플랜,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문국현
호남 정동영+충청 이인제+문국현 구도...호충연대+문국현
DJ는 그동안 호남의 정동영 후보와 충청의 이인제 후보를 중심으로 호충연대 플랜을 계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호충연대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여기에 문국현 후보까지 더해 호충연대+문국현 플랜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DJ는 지난달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후보, 문국현씨가 단일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특히, 인터뷰를 통해서 DJ는 “지금까지는 통합이었지만, 이제는 단일후보로 연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DJ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후보간 단일화에 가장 적합한 후보가 누구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민주당 후보와의 연대에 가장 유연한 것이 정동영 후보다. 이해찬 후보는 친노주자라는 이유에서 민주당 후보와 연대하기가 힘든 면이 있고, 손학규 후보의 경우에는 민주개혁세력 적통성-정통성 논란으로 연대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
민주당에서도 이인제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의 연대에 가장 유연한 후보다. 당내 경선에서 이 후보를 뒤쫓고 있는 조순형 후보의 경우, 反DJ-反노 성향인 탓에 여권의 후보단일화 또는 대통합 플랜에 적임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경선 레이스에서 3위를 달리고 있는 김민석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 어떤 후보와도 연대 구도를 그리기 힘든 특성이 있다.
특히, 이인제 후보는 스스로도 서부권 벨트의 통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DJ의 서부권 통합 플랜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곧 ‘호충연대’다. 호남을 연고로 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충청을 연고로 하고 있는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가 제2의 호충연대, 즉 DJ의 플랜이었던 것이다.
反정동영-反이인제, “DJ가 말랑말랑한 이인제와 정동영 내세워 통합하려는 것”
민주당 내 反이인제 연대의 주도세력인 조순형 의원 측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민주당의 이인제 카드는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충연대 플랜이라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
두 후보는 모두 양당 통합에 유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DJ가 이들을 뒤에서 밀어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 바 ‘말랑말랑한 후보론’이다.
조순형 후보가 선거활동 중단을 선언하던 지난달 30일, 조 후보 측 장전형 대변인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외부의 정치세력이 당 내부와 합작하지 않고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통합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말랑말랑한 후보를 고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일, 조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폴리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장 대변인이 밝혔던 ‘외부의 정치세력’에 대해 “동교동을 일컫는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풀어 설명했다.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DJ가 통합에 유리한 이인제 후보를 밀어주고 조순형 후보를 배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계자는 “동교동이 개입해 당 지도부와 손을 잡고 이인제 밀어주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동교동이 이 같은 개입을 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정동영 후보가 1위를 하게 될 것 아니냐”면서 “그렇게 됐을 때, 호충연대를 하기 위해 이인제 밀어주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순형 측, “동교동이 개입해 압력을 넣기까지 한 증거 있다”
지난달 18일, 본지는 ‘정동영-이인제 연대? 제2호충연대 조짐’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정동영 후보와 이인제 후보간 연대 조짐을 기사화했던 바 있다.
당시 기사는 정황상 펼쳐지고 있는 DJ플랜=‘정동영+이인제, 제2호충연대’ 구도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이 같은 구도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조순형 후보 측에서 밝힌 것이다.
기자와 만났던 조순형 후보 측 관계자는 “동교동이 개입해서 압력을 넣기까지 한 모든 증거를 다 가지고 있다”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정동영 후보 측 노웅래 대변인은 기자와 통화에서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DJ가 정 후보에게 우호적인 것 같다”며 “그러나 DJ가 드러내놓고 DY를 지지한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던 바 있다. 특히, 정 후보는 그동안 경선 과정에서 줄곧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강조해왔다.
이인제 후보 측은 DJ의 의중에 대해 속단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우리는 민심이 후보단일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를 것”이라며 “민심은 반노 중심의 서북권 통합을 원하고있다”고, DJ의 플랜과 일치하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정동영, 이인제 후보 모두 DJ의 뜻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교동 개입설이 나오고 있는 것이며, ‘말랑말랑한 후보’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동영 깨기, 이인제 깨기...DJ 호충연대 깨지는 초석
그러나 이 같은 정동영+이인제를 바탕으로 한 DJ의 호충연대 플랜은 깨지기 직전에 놓였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도 민주당 경선도 모두 파행 초재기에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손학규-이해찬 후보가 캠프 차원에서 정동영 후보 측에 대한 경찰과 선관위에 고발까지 취한 상태다. 고소-고발은 최악의 상황으로, 정 후보의 불법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문제이고 아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하더라도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미 신당 경선 파행은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분위기다.
민주당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인제 후보에 대한 반발에 김민석 후보만을 제외한 조순형-신국환-장상 후보가 단체로 선거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나선 것. 신당과 똑같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 역시, DJ플랜에 반대하는 反이인제 구도로 인해 경선이 파행 직전까지 몰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양당 경선이 모두, 또는 어느 한 당에서라도 판이 깨져버린다면 DJ의 호충연대 플랜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양 당의 정동영 깨기와 이인제 깨기는 곧 DJ 플랜이 깨지는 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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