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가계대출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 총재가 되면 가계대출 문제를 금융위원회와 함께 다시 보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날 이 후보자는 국회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 첫 출근 길에 만난 취재진들에게 가계대출 문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자는 "(가계대출이 많은 상태에서는) 이자율에 따라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고, 앞으로 고령화에 따라 나이 많은 분들이 은퇴 후 생활자금을 위해 가계대출을 받기 시작하면 가계대출의 퀄리티(질)도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관측에 대해 "경기 하방 리스크(위험)가 실현됐을 때 물가에 더 영향을 줄지, 성장에 더 영향을 줄지는 분석을 해봐야 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금융통화위원들과 함께 현실화한 변수가 성장과 물가 어느 쪽에 더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이 후보자는 입국 현장에서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낸 보고서를 보면 다운사이드리스크(하방위험)로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속도,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로 인한 슬로우 다운(경기둔화) 등 세 가지를 제기했는데, 이 세 가지가 다 실현됐다"고 의견을 밝힌데, 일각에서는 성장과 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후보는 자신의 통화정책 성향에 대해서 "최근 중앙은행들의 정책도 큰 틀에서 물가, 성장, 금융안정, 거시경제를 종합적으로 보고 정부정책과의 일치성, 일관성도 고려하며 서로 협조하는 가운데 물가 목표 어떻게 달성할까 이런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따라서 매파(통화긴축 선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이렇게 나누는 건 적당하지 않고 데이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어떻게 정책을 조합해야 정부와 잘 어울리는지가 중요하다. 어떤 경우엔 매파, 어떤 경우엔 비둘기일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이 후보자는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면서 특파원들과 만나 "제가 이런 자리(한은 총재)에 후보가 돼서 개인적으로 영광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연락을 했느냐는 두 차례 질문에는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후보자의 총재 지명을 발표하자 윤 당선인 측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반응하는 등 인선을 놓고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특파원들의 이어지는 질문에 인사청문회가 남아 있다며 "기회 될 때 말씀드리겠다", "총재로 임명된 다음에…"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