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만만 鄭측, "규칙 또 바꾸면 바꾸는 대로 따를 것"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가 "본경선에서 여론조사 없이 선거인단만으로 경선을 치르자"는 제안을 들고 나왔다.

그동안 본경선 여론조사 반영 여부를 놓고 정동영 후보와 갈등 폭발 직전까지 갔던 손학규 후보는 10일 청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 후보들에게 이 같은 제안을 했다. 그동안 강력히 요구해오던 여론조사 반영 입장을 스스로 철회한 것이다.

손 후보의 이 같은 결단은 같은 날 오전 자신의 여의도 사무실에서 가졌던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밝혔던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손 후보는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10%, 20%로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며, 사실상 여론조사 반영 주장을 철회했었다.

그러나 손 후보가 이 같이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손 후보에 앞서 정동영 후보가 여론조사 10% 반영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명분은 정 후보가 챙기게 된 모양새다.

특히 손 후보는 오전 10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40여분이나 늦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10시 30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정동영 후보의 기자회견보다 10분 늦춰 간담회를 가진 것이다.

손학규, 40분이나 기자회견 지연...정동영보다 10분 늦게 기자회견

예정된 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 후보는 이 자리에서 "여론조사의 취지는 국민의 뜻을 반영해서 최종적으로 국민들에 의해 받아들여질 후보를 선정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또 다시 분열과 갈등의 구태정치, 조직선거, 동원선거, 청와대 선거 개입이 노골화 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손 후보는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10%, 20%로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며 "과거의 분열적인 정치, 정치공학적인 정치, 구태정치가 버젓이 횡행하는 현실을 개탄하는 것"이라고 여론조사 반영 입장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손 후보는 이 같은 여론조사 반영 철회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에는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활개치고 있다"며 "겉으로만 신당의 외투를 걸치고 안으로는 전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과거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다"고 정동영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또, "조직선거, 동원선거가 판치고 청와대 정치 개입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최근 현직 권력층, 고위 인사들에 의해 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는 협박과 회유가 자행되는 것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청와대가 경선에 전면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동영측, "孫, 40분이나 늦게 기자회견한 것은 치열한 눈치 보기 때문"

손 후보측의 이 같은 여론조사 철회 입장에 정동영 후보측은 여유 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손 후보의 제안대로 선거인단만으로 경선이 치러지게 된다하더라도 정 후보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10% 여론조사 반영으로 경선이 치러진다하더라도 우선은 '양보'라는 대의적 명분을 정 후보가 쥘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10일 정동영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폴리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우리는 국경위가 결정한 사항에 따르기로 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경위가 결정한 사항에 따르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상, 기존의 '여론조사 반영 절대 불가' 입장에서 '10% 여론조사 반영 수용' 입장으로 전환한 것이다.

반대로 손학규 후보는 기존의 '여론조사 50% 이상 절대 반영'에서 '여론조사 반영 철회'로 입장이 바뀌었다. 즉, 손 후보와 정 후보가 동시에 양보 카드를 내세움으로써 상황은 좌우가 뒤바뀌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정동영 후보측은 "국경위가 또 규칙을 바꾸면 바꾸는 대로 따르면 된다"며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최근 '대세 역전론'에 더해 '경선 룰 양보'라는 명분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됐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측 관계자는 "그러나 지도부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그렇게 할 수 있겠냐"면서 당 지도부의 손학규 후보 편들어주기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관계자는 이날 손 후보의 기자회견이 예정보다 40분 늦게 시작된 점과 관련해서도 "이쪽(정동영 후보)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치열한 눈치 보기였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후보는 스스로의 결단에 따라 경선 룰을 양보했지만, 손학규 후보는 정동영 후보의 입장 표명을 본 후 내린 결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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