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미중 무역갈등과 보호무역주의 추세와 관련해 “무역분쟁으로 세계경제가 ‘축소균형’을 향해 치닫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1세션(주제 : 세계경제와 무역투자)에서 “최근 IMF와 OECD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그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들고 있다. G20이 다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이러한 도전들은 개별국가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세계는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넘어, ‘뉴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로 가면서 미래 예측조차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있다”며 세계경제가 당면한 위기상황을 얘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점증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미중 무역갈등을 ‘죄수의 딜레마’라는 말로 서로가 상대를 불신하는 ‘나쁜 선택’을 하고 있다고 한 대목도 주목된다. 미중 상호협력이 양쪽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말로 무역 갈등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위축 우려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 문 대통령은 “자유무역으로 모두가 이익을 얻는 ‘확대 균형’으로 다시 나아가야 한다. G20이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고 했고 “또한, G20 국가들은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세계경제 하방위험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재정·통화 확대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불확실성에 대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확충과 관련 “우선, IMF가 대출 여력을 충분히 확보하여 위기의 방파제가 되어주어야 한다. 각국도 외환시장 건전화 조치를 포함한 금융시장 안정화에 힘을 보태야 할 것”며 “공정 무역을 향한 WTO 개혁에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질서를 위한 WTO 개혁을 지지하고 G20의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예측하기 어렵고 생각보다 광범위할지 모른다. 그러나, 저는 G20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고 믿는다. 대한민국은 G20과 함께 적극 협력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회의의 1세션 ‘세계경제·무역투자’ 의제에서 각국 정상들은 자유무역, 공정무역을 두고 논의가 진행됐다. 정상들의 논의 결과는 다음날인 29일 폐막 때 공동성명으로 발표한다. 여기서 미국의 신보호주의와 관련한 입장표명이 나올지 주목된다.

2009년 처음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매번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이 담겼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 G20회의에서는 미국의 반대로 이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이번에는 의장국인 일본은 ‘반(反)보호무역주의’ 대신 ‘자유무역의 촉진’을 성명 초안에 넣었지만 중국 등의 국가에서는 이에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반(反)보호무역주의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번 연설에서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와 ‘자유무역의 확대’를 주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무역불균형 문제와 관련해 ‘공정무역’과 ‘WTO 개혁’을 강조했다.